2025년 5월의 중동은 1973년 10월이나 2019년 5월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른 구조 위에 서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화물선이 하루 4척으로 줄어든 수요일 아침, 런던의 트레이딩 플로어에서는 "또 다시"라는 단어가 무수히 반복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반복 속에 5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한 가지가 새로 들어왔다. 해협을 관할하는 국가의 군사 태세 전체가 재편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재편이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브렌트유 95~97달러, WTI 90달러 상회, 약 한 달여 만의 최고치다. 숫자만 보면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의 120달러를 밑돈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이라는 흐름이 이미 산유국의 재정 구조를 바꾸어 놓은 지금,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도 사우디가 증산으로 대응할 정치적 여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 그 안에서 미·이란 충돌이 재점화되었을 때, 시장의 반응은 이전과 다른 결을 띨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이 있었나
시간을 거슬러 보면, 이번 주 화요일 호르무즈 남쪽 진입로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순항미사일 발사 시도가 기폭제였다. 이란은 이를 '방위적 훈련'으로 규정했으나, 미 5함대가 즉시 대응 태세에 돌입했고 같은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 2척이 긴급 회항했다. 수요일 오전 6시 기준 국제해사기구(IMS)에 보고된 통항 선박은 4척. 평상시 하루 50~60척이 지나는 수로에서 사실상 통항이 중단된 것과 무배다.
목요일 들어 미 공군이 이란 남부 아바단 지역 공군기지 인근에서 전자전 장비를 운용하는 장면이 맥사르 위성사진을 통해 공개됐다. 이란 외무부는 '주권 침해'로 규정하며 유엔 안보리에 긴급 의제 상정을 요구했고, 같은 날 IEA는 전략비축유(SPR) 방출 대비 회원국 재고 점검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월요일까지 48시간 동안 군사적 긴장이 외교적 수사로 전환되는 속도는 2019년 아부다 정제소 피격 때보다 느렸고, 그 느림이 오히려 시장의 공포를 키웠다.
금요일 이란은 나프타 수출 물량의 30%를 일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전월 하루 45만 배럴을 수입했던 물량의 30%가 사라지면, 동남아 정제소들이 사우디·에미레이트산 원유로 급히 방향을 틀어야 한다. 그 전환 리드타임이 2주에서 3주라는 점, 이것이 호르무즈의 숫자 '4척'보다 더 무거운 변수다.
주말을 지나면서 미 국방부는 '제한적 타격'과 '지속적 감시' 사이에서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로 남았고, 이란은 오히려 에스컬레이션의 프레임으로 국내 지지 결속을 도모하는 양상이다. 이 비대칭적 인센티브 구조 속에서 다음 72시간 안에 어떠한 이벤트가 발생하든, 유가가 100달러 벽을 시험할 확률은 2019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왜 이 지점까지 왔나
직접적 촉발은 JCPOA 잔여 이행 점검의 기술적 쟁점이다. 그러나 이면을 파면 2023년 10월 이후 가자 전쟁이 만든 역학 재편이 보이지 않는 토대다. 이란이 헤즈볼라, 후티, 시리아 내 대리세력을 사실상 잃고 '저항의 축'이 해체된 상황에서, 국제 고립을 군사적 도발로 보상하려는 유인이 극도로 커졌다. 미·이란 충돌은 양자 문제가 아니라 이란의 지역 전략이 구조적으로 무너진 뒤의 방출에 가깝다.
미국 측면에서도 배경이 명확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5년 대선 주기를 의식해 '관리 가능한 긴장'을 유지하려 했으나,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확대와 이란의 반대로 그 관리가 실패했다. 동시에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하루 50만 배럴 이상 사들이며 제재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어, '절반의 제재'가 오히려 이란의 도발적 공간을 만들어 온 셈이다.
호르무즈의 지리적 특수성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약 21%, 하루 2000만 배럴이 이 33킬로미터 폭의 수로를 통과한다. 완전 봉쇄가 아니더라도 워스 리스크 프리미엄이 배럴당 15~25달러로 뛰는 것만으로 실질 유가에 20달러 이상의 압력이 걸린다. 2019년 5월 아람코 피격 당시 워스 리스크가 12달러로 치솟았던 사례가 바로 이 메커니즘의 실증이다.
결국 이번 충돌은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미국·이란·사우디 세 나라의 전략적 계산이 2023년 이후 한 번도 정렬되지 못한 채 축적된 긴장의 방출이다. 그 축적량이 2019년보다 크고, 해소할 외교적 통로가 2019년보다 좁다는 것이, 지금의 '4척'이 단순한 일일 통항 숫자가 아니라 구조적 균열의 지표로 읽히는 이유다.
시장이 실제로 움직인 방식
S&P 500은 수요일 1.2%, 목요일 0.8% 하락한 반면, 에너지 ETF XLE는 같은 기간 3.4% 상승했다. 엑슨모bil과 셰브론 주가가 각각 2.1%, 1.8% 올랐고, 항공·항운 섹터(XAL, IYT)는 2.5~4% 하락했다. 이 '에너지 올림, 운송 내림' 패턴은 2019년 5월에도 동일했으나, 2025년에는 나스닥 100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유가와 비연관적이라는 인식과 달러인덱스 105 상회로 기술주 매도가 완화한 효과가 겹친 결과로 보인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4.52%에서 4.58%로 6bp 상승한 반면, 30년물은 4.71%로 2bp만 움직였다. 시장이 단기 인플레 압력을 반영하되 장기 성장 경로까지 하향 수정하지 않는 포지셔닝이다. 금 시세는 온스당 2380에서 2410달러로 1.3% 상승하며 2024년 11월 고점 2450달러에 2% 이내로 접근했다. 금의 상승 폭이 유가 상승 폭보다 작다는 점이, 시장을 '6주 내 해소될 이벤트'로 가격매칭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신흥국에서는 차별화가 선명하다. 인도 루피가 87.4에서 88.1로 0.8% 평가절하, 중국 위안이 7.28에서 7.31로 소폭 약세. 사우디 Tadawul의 아람코 주가는 3.2% 올랐고, 반대로 이란과 무역 비중이 높은 터키 리라가 28.4에서 29.1로 2.5% 약세를 기록했다. '에너지 수출국 수혜, 수입국 부담'의 축이 2022년 러시아 제재 이후 처음으로 이란을 축심으로 재구성된 양상이다.
VIX는 14.2에서 18.7로 32% 급등했으나, 2019년 5월의 22.5나 2022년 3월의 35.4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원유 콜/풋 비율은 1.12로 중립적 구간에 머물렀다. 2019년 5월이 0.83(풋 우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공급 차질 실제 발생보다 '위협 프리미엄' 수준에 머물 것으로 베팅하는 포지셔닝이다.
지난 역사의 거울에서 보면
1973년 10월 OPEC의 4배 인상은 6일 전쟁에 대한 보복이라는 단일 서사 위에 서 있었다.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은 449일 인질 위기, 500만 배럴 생산 차질, crude가 13달러에서 40달러로 도약이었다. 2019년 5월 아람코 피격은 5일 만에 180만 배럴이 회복됐다. 이번 2025년 5월 사태는 생산 차질 규모가 2019년에도 미치지 못하고, 지속 기간도 4일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본질적 차이가 있다. 1970년대에는 서방이 호르무즈 외 대안(아프리카 원유, 파이프라인)을 충분히 보유했다. 2025년 현재 중국·인도의 정제능력이 이란산 중질유에 구조적으로 종속되어 있고, 이 물량의 90% 이상이 호르무즈를 경유한다. 우회 경로가 사실상不存在인 것이다. 이것이 '4척'이라는 숫자가 2019년의 '47척'보다 시장에 더 큰 공포를 전이시키는지 설명한다.
재정적 여유도 달라졌다. 1973년 서방은 재정 흑자 혹은 소폭 적자 상태였다. 2025년 미국은 연 2조 달러 적자, 사우디는 Vision 2030에 연 3000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OPEC 자체 추정에 따르면 유가가 100달러를 넘으면 사우디의 재정 흑자 전환 유가가 90에서 105달러로 높아진다. 산유국도 유가 급등에 무한정 기뻐할 수 없는 시대, '공급자도 고통받는 구조'가 1970년대에 없었기에 시장이 100달러를 더 빨리 악재로 인식한다.
2022년 3월 우크라이나 침공과 비교하면, 러시아 원유는 파이프라인과 지중해, 인도양으로 일부 우회가 가능했다. 이란 원유의 90% 이상은 호르무즈를 경유하며 우회 경로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지리적 독점이 이번 사태를 2022년과 차등화하는 핵심 변수이고, 시장의 '호르무즈 공포 프리미엄'이 영속화되는 구조적 근거이기도 하다.
앞으로 추적할 축
첫째, 이란 나프타 수출 동결의 지속 기간과 대상 국별 배분이다. 30% 동결이 2주 이내 해제되면 시위적 조처로 읽히지만, 4주 넘게 유지되면 중국·인도 정제소가 실질 공급 공백에 진입한다. 이 경우 동남아 정제마진이 배럴당 3~5달러 추가 압박을 받고, Q3 소비자물가에 10% 이상 2차 인플레 파동이 반영될 수 있다. IEA의 SPR 방출 결정 시점이 분기점이 될 것이다.
둘째, 미 5함대의 전술 배치 변화다. 현재 아부다비 인근에 항공모함 1개 편대(CVW-9)가 배치되어 있으나, 2019년 5월에는 2개 편대가 동시 주둔했다. 1개 편대로의 축소가 '에스컬레이션 의지 부재'의 신호로 읽히지만, 이란 입장에서는 1개 편대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F/A-18 비행 시간, P-8A 해상초계기 비행 횟수 등 오픈소스 정보로 전술적 의도를 역추정하는 작업이 향후 2주간 핵심 추적 대상이다.
셋째, 중국·인도의 대(對)이란 원유 대안 확보 속도다. 중국은 파이프라인과 ESPO로 하루 30~40만 배럴 우회가 가능하다. 인도는 오만·UAE산으로 전환할 수 있으나, 정제소 설비 사양이 이란산 중질유에 맞춰져 있어 전환 비용이 배럴당 2~4달러 추가된다. 이 '사양 불일치'가 해소되지 않는 한, 유가 95달러 이상 구간에서 중국·인도의 실질 에너지 비용은 구조적으로 높아진 채로 남는다.
넷째, 가장 구조적인 것은 이 충돌이 '에너지 안보' 담론을 다시 국가 간 협의 테이블에 올려놓을지 여부다. 2022년 이후 유럽은 가스 의존도를 12개월 만에 70%에서 40%로 낮췄다. 그러나 원유의 경우 정제소·운송 인프라 전환에 3~5년이 필요하다. 이 시간차 속에서 호르무즈가 '위협'에서 '실제 차질'로 전환될 경우, G7·IEA가 공동 SPR 방출에 합의할 정치적 의지가 아직 존재하는가. 이 답은 향후 72시간의 외교 협상과 2주 후 IEA 월간 보고서 숫자에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
댓글 쓰기